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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쉼 터/잠깐 쉬며.. 2009. 9. 29. 21:50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고려말 문신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다. 잠을 뒤척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서글피 울고 있는 소쩍새를 바라보는 심정을
읊은 것인데 가사에 녹아 있는 깊은 정서를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불면증이 불후의 명시조
를 탄생시켰다고 하면 과할까, 여하튼 잠 못 이룬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닐 듯하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현대 로맨틱 장르에서 알아주는 미국 영화다. 아내를 암으로 잃은 건축가가
매일 잠을 설치며 실의에 빠지자, 이를 보다 못한 꼬맹이 아들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새엄마
‘중매’에 나선다. 이를 들은 여기자가 ‘엮여서’ 결혼에 골인한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운명적인
사랑의 완성을 통해 인스턴트식 사랑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 경종을 던지면서 인기를 모았었다.
하지만 불면증이 건강을 헤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몸과 정신을 갉아 먹는 병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아침 인사는 “굿 모닝”이 아니라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였다.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의 선조들은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잠은 인체 면역력에 엄청난 영향
을 미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몸은 재정비되고 활력을 되찾게 된다. 그래서 푹 자는 것은 매우 현명
한 신종플루 대처법이라 하겠다. 밤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갱년기 여성이나 노인들이 밤잠을 설치
는 원인도 이들 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낮에 몸을 적당히 피로
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운동은 호르몬 분비에 깊이 관여한다. 우리나라의 수면장애
환자가 8년 새 4.5배나 늘었다고 한다. 중년층 이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구직난에 시달리는 20대 여
성이 무려 6.7배 증가했다니 놀랍다. 스트레스가 우리 생활을 얼마나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 만
하다. 그나마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니 불면증이 급증할 수밖에 없을 터, 이래저래 근심만
쌓여 간다.
최원열 국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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