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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양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8. 13. 11:58

     

     

    나라 안에서 으뜸으로 삼을 만한 신선지경(神仙之景)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서슴없이 단양을 이야기

    한다. 예전부터 천하 절경으로 꼽아오던 단양팔경이 그렇고 수억 년을 지나오며 형성된 자연동굴들

    이 또한 그렇다. 원색으로 치장한 사람들만 빠진다면 당장이라도 신선이 내려와 선계를 이룰 것만

    같은 비경들.

     

    ♣ 신선지경, 단양

     

    남편 봉우리와 아내 봉우리, 첩 봉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솟아있는 도담삼봉은 물론이려니와 높이가

    25미터나 되는 석문도 자연이 아니면 빚어내지 못할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뿐인가,

        

     

     죽순 모양으로 솟아있다고 해서 이름 붙은 옥순봉이며, 거북처럼 버틴 구담봉, 단양천 골짜기의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봉 같은 팔경 하나하나가 모두 신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모습

    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조선조 때 재상을 지낸 이지번이라는 이는 구담봉에 삭도(索道)를 걸치

     

    고 가마를 달아맨, 마치 ‘케이블카’ 같은 시설을 설치해 구담봉을 오르내렸다고 하는 확인할 길 없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사람들은 이지번의 모습을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넝쿨을 구

    담의 양안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였다”고 전하며 그를 ‘신선’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한 절경은 팔경 외에도 단양군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이즈음에 이르러 단양군은 몇몇 경승지를 따로이 엮어 ‘신(新)

    버전’의 팔경(단양 제2팔경)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다리

     

    안산 국민관광지, 죽령폭포, 칠성암, 구봉팔문, 북벽, 온달산성,

    금수산, 일광굴이 그것인데, 특히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그

    온달장군이 신라군을 맞아 큰 전투를 벌였다는 온달산성은 테마

     

    공원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성안 공원 내에는 온달동

    굴을 비롯해 고구려의 문화유적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념관,

    그리고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장승을 위시한 수많은 장승의 군락

     

    을 볼 수 있는 공간 등이 펼쳐져 있다. 어상천 촌놈과 번성을 구가

    하는 단양장 영월군과 인접한 영춘면 강가에는 마치 병풍처럼 깎

    아지른 석벽이 길게 늘어선 장관이 펼쳐지는데, 이름하여 ‘북벽’이

     

    다. 북벽 아래 한가한 강가로는 수영과 낚시를 즐기는 한 떼의 젊은이들이 자연이 주는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휴를 맞아 야유회를 나왔다는 회사 동료들은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자연

    을, 세월을 낚으며 일상사의 시름과 걱정을 털어내고 있었다.

     

     

    강가 둔덕 풀밭 위엔 누렁소 한 마리 길게 하품을 해대고, 저 멀리 농로 사이론 한가족으로 보이는

    남녀와 아이 하나가 경운기 앞좌석에 나란히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의 접경에 자리한 두메산골 단양은 예로부터 왕래하기가 불편해 내륙의 오지로 첫손 꼽히던 곳이다.

     

     그런 까닭에 외지인들은 단양군의 한 마을인 어상천을 빗대 단양 사람들을 ‘어상천 촌놈’으로 명명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즈음의 단양은 충북 내륙의 교통 요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영월이나 제천

    에서 들어오는 국도가 확·포장으로 넓어졌으며, 경상도로 빠지는 죽령고개도 예전의 가파름을 일직

     

    선으로 뚫리는 터널에 내줄 판이다. 또한 공사가 한창인 중앙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드나듦은 한결 수

    월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예전 교통이 나쁠 때의 주요 운송수단이던 뱃길도 이제는 명맥을

    다하고 그저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유람선 정도만 내왕할 뿐이다.

       

     

    ♣ 교통의 원활함이 바꿔놓은 단양의 변모는 재래장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진다.

     

    매 1일과 6일에 서는 5일장은 다른 곳의 그것들이 쇠퇴하는

    중에도 번성을 누리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사방으로 뚫린

    도로망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는 게 단양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양은 향 좋고 맵기가 타지방의 그것보다 월등한 마늘의 산

    지로 유명한데, 김장철만 되면 대도시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

    질 정도로 인기를 끄는 우수한 품종이라고 한다. 벌써 출하가

     

    시작된 마늘을 한 보따리 가지고 나온 적성면의 신옥자(63세)

    씨는 ‘칼칼하고 야물고 매운’ 단양 마늘 한 쪽을 까서 맛보라고

    내민다. 가볍게, 그저 가볍게 단양을 찾은 사람들이 필수 코스

     

     

     로 둘러보는 곳 중의 하나가 고수동굴(천연기념물 제256호)

    이다. 땅속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몇 십억 년에 걸쳐  석회암을

    녹여 만든 이 동굴은 주굴과 지굴의 길이가 1.300여m에 달한다.

     

    길이만으로는 어의곡굴이나 남굴, 일광굴, 암굴 등 군내의 다른 

     동굴에 못 미치지만, 기기묘묘한 형상과 신비롭기까지한 여러

    장관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유동굴을 이루는 까닭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특히 사계절 내내 섭씨

     15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는 피서지로도

    적격이다. 단양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 중의 다른 하나가

     

    소백산 구인사이다.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이곳은 오래 전

    부터 그 웅장하고 거대한 건축물과 수백에 달하는 장독대 등으로

    익히 알려졌던 곳. ‘영산대제’라도 열리는 날이면 가파르게 이어진

     

    경내 도로는 사람들의 물결로 완전히 뒤덮이게 된다. 사람들은

    단양의 비경을 하루나 이틀에 다 둘러보려는 욕심이라고 얘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스쳐

     

    지나가듯 단양을 일별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단양의

    세세한 부분까지를 다 둘러보고 전부를 느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일상이 주는 권태로움과 짜증을 일순간에 날

     

    려버렸다면, 그리하여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을 찾았다면 족한

    것이다. 단양을 찾는 이유로서 말이다. 힘겹고 지쳤다면 단양을

     찾을 일이다. 신선이 된 기분이라도 느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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