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해독작용, 피부에 좋은 복숭아

☞ 한방에서는 복숭아 씨를 도인(桃仁)이라 하는데 어혈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막힌 것을 치료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몸 속에 있는 벌레를

죽인다. 또 기침이나 천식, 기관지염에도 쓰인다.

 

과일 진열대에 잔뜩 쌓인 덩치 큰 수박이며 샛노란 참외, 붉디붉은 토마토가

풍성한 여름을 느끼게 한다. 그 사이를 비집고 분홍빛 자그마한 복숭아들도

수줍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복숭아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수확되며 ‘하늘에서

 

내려준 복숭아’라는 의미의 천도복숭아가 가장 먼저 출하되고 마지막으로 황도

가 모습을 드러낸다. 복숭아는 백도, 황도, 천도복숭아 등 종류마다 과즙과 과육

의 맛이 서로 달라서 먹을 때마다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은 과일이다.

 

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 제철이 지나면 보기 힘들어지는데, 우리 조상들은 까다

로운 복숭아 저장을 위해 보릿가루죽을 이용했다고 한다. ‘규합총서’에 따르면

우선 보릿가루로 죽을 쑤어 식힌 다음 오지항아리에 붓고, 그 속에 색깔이 붉고

 

잘 익은 복숭아를 넣어 밀봉해두면 겨울에도 갓 딴 복숭아처럼 싱싱하다는 것이

다. 복숭아는 그 원산지가 중국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에 전해졌으며 17세기

에는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소개되었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복숭아나무에 요사

 

스러운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중국에서는 새해가 되

면 병마와 악귀를 쫓는다는 뜻에서 복숭아나무로 만든 인형을 대문에 달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연산군 12년에는 “해마다 봄가을에 역질 귀신을 쫓을 때에는 복

 

숭아나무로 만든 칼과 판자를 쓰게 하라”는 시행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귀신

을 내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사를 모셔야 하는 사당이나 집 안에는 복

숭아나무를 심지 않았고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복숭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오랜 옛날이지만 주로 꽃을 즐기기 위한 화목용(花木用)이나

약으로 활용하기 위한 약용으로 재배했다. 그래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는 복

숭아의 씨와 꽃, 또 나무에서 나오는 진이 어떤 약성을 지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복숭아 씨를 도인(桃仁)이라 하는데 어혈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

아 막힌 것을 치료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몸속에 있는 벌레를 죽인다. 또 월경불순

및 월경통을 다스리며 기침이나 천식, 기관지염에도 쓰인다. 백도화는 복숭아 꽃잎을

 

말린 것인데 이뇨제로 쓰며 잎사귀는 두통과 복통을 치료할 때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생선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을 때에는 복숭아를 껍질째 먹으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요새는 잘 볼 수 없지만 한때 종기에 붙이는 특효약인 고약의 주원료가 복숭아 가

 

지와 잎이었다고 하니 해독작용이 뛰어난 건 분명해 보인다. 땀띠나 습진 등으로 고생

하는 사람이나 아름다운 피부를 갖고 싶은 여성이라면 복숭아 잎이나 꽃을 달인 물에

목욕을 하면 좋은데, 고려 귀족들은 복숭아꽃 물로 피부를 희게 했다고 한다. 복숭아도

 

상극인 식품이 있다.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고 자라와 먹으면 가

슴통증을 일으키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출처 ~ 조성태(한의사 경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