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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거문오름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8. 9. 11. 09:49

     

     

     

     지구는 단 하나. 전 우주에서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이다. 물론

    '우리가 아는 한'…. 그래서 소중한 지구. 그 지구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명과 자연이다. 문명이란 인류의 발자취, 즉 인공의 산물이다. 장구한

     

    세월 인류가 남긴 유무형의 자산이다. 마땅히 보존 할 가치가 있다. 인류

    의 미래를 위해. 반면에 자연은 어떤가. 자연이란 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

    생명의 근원이다. 그리고 지구 그 자체다. '어머니 지구(Mother Earth)'는

     

    그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 지구지만 지구 자체는 훼손으로 망가져가고

    있다. 물론 주역은 인간, '인공, 즉 훼손'이다. 그래서 나선 이가 유네스코

    (UNESCO), 그 도구가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다. '관심'은 보호를

     

    위한 첫발. 그렇다. 유네스코가 지구자연과 문화유적을 '세계유산'에 등재

    시킨 이유. 그것은 다름아닌 인류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다.  그런 세

    계유산이 지구상에 800여 개 있다. 그 중에 여덟 개는 한국 것이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도 그 하나. 그리고 한국의 여덟 개의 세계유산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한 '자연유산(Natural Heritage)'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주 화산섬과 달리 용암동굴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화산섬 제주'가

     

    세계유산이란 사실은 알아도 용암동굴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더 많다. 그래서 제주도를 찾았다. 국제트레킹행사가 한창인 거문오름에

    오르기 위해서다. 거문오름은 지난해 등재된 자연유산에 포함된 세 개(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환) 가운데 하나. 등재이유는 이렇다. 화산활동과 관련해 나타나는 2차생성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지질학적 환경이다.

    좀더 많은 이가 거문오름을 올라 지구자연이 제주 섬에 선사한 특별한 선물에 관심을 갖고 보호해주기를 기대한다.
    나무가 겁 없이 자란다/겁 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 한다/하지만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갑자기 허탈해진다/일요일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나무는/그 지점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성산포 시인' 이생진의 '하늘로 가려던 나무'~

    거문오름의 원시림을 걷던 내내. 시인의 눈에 비친 '겁 없이 자란 나무'가 생각났다. 정말 그랬다. 108m 깊이로 움푹 파인 거대

    한 말발굽 모양의 분화구를 빽빽이 메운 원시림의 나무는 하나같이 방황하듯 두서없이 마구잡이로 자라고 있었다. 그렇다.

    자연이란 이런 분방함, 그 자체다. 그런데 분화구 밖은 전연 딴판이다. 매초롬히 줄 맞춰 쭉쭉 빵빵 잘 자란 침엽수림으로 예쁘

     

    단장됐다. 물론 인공조림의 산물이다. 자연과 인공. 거문오름 트레킹은 이 극단의 대비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체험의 현장이

    다. 출발지는 선흘2리 마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공조림의 삼나무숲으로 들어가 오름 등성을 디딘다. 이어 10분 후.

    8분 능선쯤의 전망 좋은 곳에 닿았다. 온통 초록의 제주섬 산야, 아니 바다까지 더불어 한눈에 바라다보인다.

    ◈ U자형 분화구 안팎 환상의 트레킹코스

    멀리 듬성듬성 포진한 오름이 한라산과 어울려 펼쳐 보이는 굴곡이 아름

    다운 중산간 지대(해발 100∼300m의 구릉지). 그 위로 자리 잡은 마을과

    리조트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제주섬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평화로운 풍경.

     

    해무(海霧) 어린 바다와 구름 인 한라산이 그 멋을 더한다. 5분쯤 더 오르

    니 거문오름 정상(해발 456m)이다. 아까보다 더 넓고 멋진 풍광이 거의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초록의 평원. 국내 제1호 국립

     

    목장이었던 송당목장이다. 말발굽처럼 생겼다는 거문오름의 분화구 외륜

    도 여기 서니 드러나 보인다. 바닥까지 깊이는 108m. 그런데 백록담과 달

    리 그 안은 온통 초록의 원시림 천지다. 이제 트레킹 루트는 분화구 내부로

     

    이어진다. 그 초록의 숲 속. 숲 그늘이 어찌나 짙은지 딴 세상처럼 느껴

    진다.  또 숲 속은 잡초처럼 제멋대로 자란 온갖 나무로 어지러울 지경이

    다. 그런 숲 속에 한 줄 외길이 있다. 그 길가로 흰 줄이 쳐 있는데 가이드

     

    라인이다. 거문오름. 368개 크고 작은 오름으로 이뤄진 제주 섬에서도 아

    별한 오름이다. 오름을 형성시킨 분화가 일어날 당시 흘러나온 용암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동굴계(系) 때문이다. 28만 년

    전. 제주섬 이 지금 모습을 이루기도 전, 그러니까 한라산 대분화 이전이다. 해발 350m의 평탄한 용암대지(조천읍 선흘2리)에서

     

    산활동은 시작됐다. 그리고 폭발이 있은 후 분석구를 통해 용암은 꾸역꾸역 흘러나왔고 결국은 분화구 벽을 허물고는 북동쪽

    해안을 향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신석기 유물이 발견된 빌레못동굴, 거대한 규모의 만장굴과 김녕굴, 주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가지굴. 모두 이 용암이 흘러내리며 형성시킨 용암협곡에서 태어난 용암동굴이다. 이걸 뭉뚱그려 '거문오름 용

     

    암동굴 시스템(系)'이라고 부르는데 유네스코가 지난해 제주 화산섬과 더불어 인류 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켜 보호 중인 바로

    그것이다.

    ◈ 7km나 이어진 '돌밭 위의 숲' 선홀곶자왈

    오름은 그 자체가 화산이다. 규모만 작을 뿐이다. 화산 폭발 때는 점성 높은 용암이 분출과 동시에 작은 암괴로 쪼개져 쌓인다.

    그리고 오랜 세월 뒤 돌밭 위로는 숲이 형성된다. 이런 곳을 제주섬에서는 '곶자왈'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는 대표적인 곶자왈

    이 네 개 있는데 거문오름에서 태어난 선흘곶자왈도 그 중 하나다. 선흘곶자왈은 오름 정상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7km나 길게

     

    이어진 용암협곡 원시림의 초록 띠가 그것이다. 최근 거문오름에는 트레킹 코스가 개발됐다. 모두 2개로 A코스는 분화구

    안(5.5km), B코스는 분화구 밖 선흘곶자왈의 숲길로 경덕원까지(4.9km) 이어진다. 분화구 안(A코스)도 알고 보니 곶자왈이다.

    걷는 도중 곶자왈 숲 속에서 꽤 많은 동굴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에 들어갔다. 내부는 온통 검은 돌(화산 석) 무더기. 28만 년

     

    이나 지났건만 엊그제 무너진 듯 비치는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곶자왈 원시림 트레킹은 이처럼 특별한 체험이다. 식나무,

    붓순나무처럼 뭍에서는 별로 본 적 없는 나무로 이뤄진 원시림,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의 섭리대로 이뤄진 지구 원형의 숲 덕분

    이다. 그런 곶자왈 숲을 지배하는 것이 사철 푸른 상록수라는 사실도 특이하다. 이유는 이곳에만 형성된 미세기후다. "돌바닥 밑

     

    으로 깊이는 물론 길이도 알 수 없는 지하 동굴이 발달해 있지요. 미세기후의 원천이 바로 거깁니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한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까요." 안내를 맡았던 오문필 (제주도산악연맹 부설 한라산등산학교장) 씨의 설명이다.
    그런 미세기후는 트레커에게도 보배다. 숲 속 곳곳에 냉기서린 공간이 형성되기 때문인데 그 찬 기운의 출처는 숲에 가려 보이

     

    지 않는 동굴이다. 육지 얼음골에 못지않게 시원하다. A코스에는 이 밖에도 볼거리가 많다. 화전민 터와 숯가마 터, 분화 시

    모습을 간직한 화산탄 등등. 일제의 지하갱도도 그 하나다. 일제가 거문오름에 진지를 구축한 것은 1945년 4월. 패전을 코앞에

    전쟁 막바지로 일제는 제주도를 최후 방어선으로 삼고 만주 관동군까지 7만5000여 병력을 집결시켰다. 연합군의 제주 상륙

     

    작전에 대비한 것이었는데 거문오름은 당시 섬 동부를 담당한 108여단 사령부(주둔 병력 6000명) 주둔지였다. 분화구 안은 물

    밖에도 당시 판 갱도와 진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출처 ~ 동아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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