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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꿰매고 싶은 입
    쉼 터/잠깐 쉬며.. 2009. 12. 26. 11:41

    사마난추(駟馬難追), ‘한가지 말이라도 입을 떠나면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로도 쫓기 어렵다’라는

    중국의 사자성어다. 명심보감에서도 ‘입을 다물고 혀를 감추면 몸이 편안하고 어느 곳에 있든지

    안온할 것이다’라 했다. 중국 정치가 펑다오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원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도 했다. 서양에서는 말을 하는 빈도에 따라 권력의 척도를 잰다는 말도

    있다. 권력은 마치 미인과도 같아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이다. 탈무드에도

    ‘입으로 망하는 수는 가끔 있지만 귀로 망하는 일은 없다’라고 했다. 여성단체 언니네트워크는 매년

     

     ‘여성 비하발언’을 선정, ‘꿰매고 싶은 입’을 발표한다. 올해 대상(大賞) 격인

    ‘재봉틀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여성들의) 자아실현도

    좋지만, 아이를 낳는 행복감을 모른다”라며 “(경제가)어려울 때 결혼도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발언을 했다.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의 척박한 경제 활동 조건과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그 부담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에도 ‘마사지 걸’ 발언으로 재봉틀상을 받은바 있다. 또 여제자에게 “이렇게 생긴 토종아기 잘

     

    낳고 살림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본드상’을 받았다. 이 발언들을 듣자면

    ‘아기 한명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소비를 해 최소 12억2천만원의 생산 효과와

    1.15명의 고용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최근의 한 연구 결과가 떠오른다. 인간의 일생을 단지 소비 대상으로

     

    보는 접근 방식에 이의제기가 별로 없는 사회적 풍토가 놀라울 뿐이다. 정부가 너무 경제적인 잣대로만

    접근해 여성을 ‘아기 낳는 기계’로 취급한다면 이 같은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박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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