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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켰던 2005년 초 도쿄 우에노역 등 열차 역
매점에 ‘겨울연가 벤토(도시락)’가 등장했다. 한 도시락 회사가 ‘욘사마’의 열성팬인 주부들을
겨냥해 한국 음식만으로 만든 도시락을 선보인 것. 내용물은 불고기 해물잡채 나물 떡볶이 등
9가지, 값은 다소 비쌌지만, 배용준의 인기와 한류 열풍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렸다. 거울연가
벤토는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 중의 하나. 일본에선 에키벤은 단순한 도시락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향토 요리로 유명하다. 3천 종류가 넘는 에키벤은 지역마다 특색과 개성이 뚜렷하다.
‘에키벤을 먹어 보지 않고는 그 지방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일본
사람들의 에키벤 사랑도 유난스럽다. 매년 각 지자체와 여행사 주최로 에키벤 콘테스트가 열리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역 매점으로 와 에키벤을 사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도심의 풍경이다.
예부터 일본의 상인정신은 ‘노렌’으로 표현된다. 초밥집, 도시락 가게 등의 입구에 내거는 주렴 형태
의 무명천에 불과한 이 노렌이 바로 상도(商道)고, 신용이라고 여겨온 것이다. 그래서 ‘하늘이 두 쪽
이 나도 노렌은 지킨다‘고 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상품에 대해선 목숨을 걸고 품질을 지킨다는
의미다. 서울역 등 주요 역과 새마을호 등 열차에서 파는 도시락과 김밥에서 식중독균이 무더기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코레일은 문제의 도시락과 김밥을 전량 회수, 폐기 처분하고 당분간 역과 열
차 내에서 도시락과 김밥을 팔지 않기로 했다. ‘노렌 정신’으로 무장된 ‘에키벤 천국‘ 일본에선 상상
도 못할 일이다. 계약해지와 판매 중지로 끝날 게 아니라, 이참에 일본 못지않은 ‘도시락 여로(旅路)’
를 위한 ‘근원적 처방’을 세워보는 게 어떨까.
출처~ 김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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