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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광고, 믿으세요?쉼 터/잠깐 쉬며.. 2010. 1. 18. 09:19
광고가 넘치는 세상이다. 신문이나 방송뿐 아니라 요즘엔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광고의
홍수 속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광고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광고를 어느 정도
믿고 있는지 아니,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는지? 요즘 식품광고의 트랜드는 그 제품의 기능성 혹은
건강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제품정보를 궁금해 하고, 생산자는 광고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오늘날 광고 혹은
선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PR은 원래 'Public Relation'의 약자, 이를 두고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피알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식품회사가 광고를 통해 자사의 제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광고가 그러하듯 식품
광고의 목적은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를 똑똑하게 교육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제품을 더 많이 구입
하라고 독려하기 위함이다. 광고의 목적 자체가 이러할진대 어떤 바보가 자사제품의 단점을 밝히겠는가!
숨기고 싶은 것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고, 알리고 싶은 내용만 소리 높여 강조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게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광고 내용을 100%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식사용 시리얼은 이 세상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 다른 것은 필요도 없을 것처럼 선전을 한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라면 아침식사로 시리얼에 우유만 부어주면 만사 오케이일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아침식사용 시리얼이 새로 지은 따끈한 밥과 함께하는 정성 가득한 아침식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가 너무나 바빠서 도저히 아침밥을 먹을 수 없거나 엄마가 너무 바빠서 챙겨줄 수
없는 상황에서 한두 번 먹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다. 광고만 믿고 아침마다 아이에게 시리얼을 챙겨주며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착각하는 엄마는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참치는 정말 이 세상 모든 식품들이
부러워할 만큼 가치가 있는 식품일까? 참치통조림을 가공하는 회사들은 참치의 영양성분중 하나인
DHA를 정말 지겨우리만치 강조하면서 모든 국민의 머리에 ’참치=건강식품‘ 이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는데
성공을 햇다.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참치 캔 속에 들어있는 기름이 진짜 참치기름인줄 알고 열심히 먹어
댔다. 사실 그 기름은 참치 보존용으로 넣은 식물성 기름이고 따라서 그토록 고대했던 DHA는 없다. 게다가
최근 참치는 바다의 오염으로 인하여 수은의 농도가 높아져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 되기도 한다. 콩의 여러 가지 장점을 강조하는 콩기름 선전도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한다.
’콩 좋은 거 다들 아시죠? 하면서 마치 그것도 모르면 바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물론 콩은 고지혈증,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예방과 유방암, 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건강증진작용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콩의 장점은 콩의 단백질과 식이섬유소, 올리고당, 기타 특수 성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콩에서 짜낸 기름은 콩의 건강증진효과와는 거의 무관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지 않다고 선전하는 식용유도 있다. 동물세포에만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러나 콜레스테롤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순 식물성을 강조하는 광고들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동물성이 뭐 어쨌기에 그렇게 식물성을
강조하는지... 순 식물성 팜유로 만들었음을 강조하는 커피크림은 순 식물성이라서 살도 찌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식물성이라도 기름은 기름이고 칼로리는 높다. 팜유의 지방산 조성이
돼지기름과 비슷하다는 사실까지 아는 소비자들이 많이 있다면 팜유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마도 광고
에서 쏙 빠졌을 것이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크림 대신 우유를 넣었다는 커피믹스도 출시
되었다. 그동안은 식물성이 좋다더니 이제 와서 동물성 식품인 우유가 건강에 좋단다. 도대체 뭘 믿어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순 식물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던 마가린은 트랜스지방산 덩어리
임이 밝혀지면서 하루아침에 우리 식탁에서 퇴출명령을 받았다. 자, 이래도 ’순 식물성‘에 매력을
느끼는가? 그러면 도대체 뭘 믿고 식품을 구입하란 말이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사실 믿을
만한 정보가 흔치 않은 것이 우리 식품시장의 현실이다. 그나마 현명한 방법은 제품의 성분 표시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몇 가지 제품을 비교하다보면 조금씩 가공식품을 보는 눈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날 수 있다. 꿈에서 깨자, 우리의 건강은 식품회사가 챙겨주지 않는다. 선택도 책임도
전적으로 선택하는 소비자의 몫이다.
이미숙~ 서울여대 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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